대만은 크지 않은 섬나라지만, 그 안에는 도시의 활기, 깊은 산속의 고요, 바다의 청량함, 그리고 역사와 문화가 고루 녹아 있습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타이베이, 타이중, 가오슝 같은 도시만 보고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진짜 대만의 매력은 숨겨진 소도시와 자연 속에 더 짙게 배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다녀오거나 현지 지인, 여행 블로거들로부터 추천받은 대만의 숨겨진 명소를 소개합니다. 지도 앱에 저장해 두면 언젠가 여러분의 여행 일정에 꼭 빛을 더할 장소들입니다.
1. 자연중심의 여행지
스펀 폭포 (Shifen Waterfall) – 뉴타이페이시
대만 여행 가이드북에도 종종 등장하지만, 막상 가보면 외국인보다는 대만 현지인이 더 많습니다. ‘대만의 나이아가라’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낙폭도 넓고, 주변 풍경도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근처 스펀 라오제에서는 전통 천등 날리기 체험도 가능하죠.
여행 팁: 천등 체험 후 오후보다는 이른 오전 시간대에 폭포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도 적고, 사진도 깔끔하게 찍을 수 있어요.
루강 옛 마을 (Lukang Old Town) – 장화현
장화에 있는 이 마을은 한적하고 고즈넉합니다. 푸젠 성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지은 건물들과 오래된 사원이 좁은 골목마다 숨어 있습니다. 루강은 대만 전통의 일상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특히 낮보다는 해질 무렵의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여행 팁: 도보보다는 스쿠터 대여를 추천드려요. 동네 규모가 제법 있어서요.
타이핑산 삼림 열차 – 이란현
관광지라기보다는 자연이 주인공인 곳입니다. 해발이 높은 데다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이라, 운이 좋으면 운무 낀 숲을 열차 안에서 감상할 수 있어요. 열차는 원래 목재 수송용이었지만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코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타이루거 협곡이 장엄한 느낌이라면, 타이핑산은 고요한 느낌이에요.
후기: 저는 이곳에서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내며 자연과 동화된 기분이 들었어요. 일정이 빠듯하다면 패스해도 되지만, 여유가 있다면 강력 추천입니다.
산시엔타이 (Sanxiantai) – 타이동현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아치형 다리와 작은 바위섬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풍경 자체가 작품 같은 장소죠.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이 다리를 건너며 바닷소리를 듣는 건 지금도 잊히지 않는 기억 중 하나입니다.
사진 팁: 일출 30분 전쯤 도착하세요. 붉은 하늘과 다리가 어우러지는 사진을 건질 확률이 높습니다.
샤오류치우 섬 (Xiaoliuqiu) – 핑둥현 앞바다
작은 산호섬입니다. 본섬에서 페리로 30분 정도 거리지만, 섬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바다거북과 함께 스노클링을 할 수 있고, 스쿠터를 타고 섬 전체를 2~3시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어요. 커플 여행자나 친구들과의 소소한 휴식으로 딱입니다.
여행 팁: 주말보다는 평일에 방문하세요. 숙박비도 저렴하고, 거북이 만날 확률도 더 높습니다.
구관온천 (Guguan) – 타이중시 외곽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입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과 현대식 노천탕이 잘 어우러져 있고, 숙소들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에요. 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힐링 여행지로 손색이 없습니다.
후기: 일본 온천과는 또 다른, 대만식 정취가 물씬 느껴졌습니다.
베이먼 소금밭 – 타이난시
물이 고인 염전 위로 해가 지는 장면, 직접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분이라면 삼각대 챙기셔야 해요. 근처에 소금 박물관도 있어서 교육적인 시간도 보낼 수 있습니다.
팁: 모기가 많을 수 있으니 벌레 퇴치제는 꼭 챙기세요!
2. 도시중심의 여행지
지우펀 (Jiufen Old Street) – 뉴타이페이시
사실 이곳은 잘 알려져 있지만, 밤의 매력은 아직 많이 소개되지 않은 듯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으로 유명한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전통 찻집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낮보다, 밤 8시 이후의 조용한 분위기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후기: 저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새벽에 혼자 골목을 걸었습니다. 관광지에서 이런 고요함을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
타오위안 전통문화원 – 타오위안 시
여행 중 문화 체험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전통 의상 체험, 민속놀이, 수공예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딱 좋은 곳입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약간 교육기관 느낌이 강하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기도 했어요.
여행 팁: 체험 프로그램은 현장 예약보다 온라인 사전 예약이 확실합니다.
마오콩 케이블카 (Maokong Gondola) – 타이베이시 외곽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하철 + 곤돌라 조합으로 금방 갈 수 있어 가벼운 반나절 일정으로 좋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찻집과 전망대가 이어져 있는데, 날씨 좋은 날엔 대만 북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후기: 저는 저녁 무렵에 올라갔는데, 황금빛으로 물든 타이베이 시내가 정말 멋졌어요.
3. 총평 – 지도와 함께 떠나는 나만의 대만 여행
대만은 단순히 도시 중심의 여행지로만 보기엔 아쉬운 나라입니다. 오늘 소개한 곳은 단순히 ‘비주류 명소’라기보다, 조용히 진짜 대만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입니다.
각 장소는 대부분 지도 앱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구글 지도나 네이버 지도에 즐겨찾기 해두면 훗날 일정 짤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빠른 여행보다 천천히 머무는 여행, 유명 맛집보다 골목 안 식당, 그런 경험이 진짜 대만 여행의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