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이라고 하면 도쿄, 오사카, 교토 같은 대도시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을의 진짜 매력은 소박하고 정감 있는 소도시에서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붉게 물든 단풍과 아늑한 온천, 그리고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골목길이 어우러진 그곳들. 특히 교통 정보만 조금만 알아두면, 대중교통만으로도 충분히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가을 여행에 추천할 소도시 세 곳과 각 여행지별 실제 교통편, 여행 팁까지 함께 정리해 보았습니다. 주말 짧은 일정에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코스들이니 참고해 보세요!
1. 가나자와 –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가을 도시
일본 중부의 이시카와현에 위치한 가나자와는 ‘작은 교토’라고 불릴 만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도시입니다. 가을의 겐로쿠엔 정원은 특히 인상 깊은데요,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단풍이 절정을 이룰 땐 정말 많은 현지인들이 찾는 명소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땐 이른 아침이었는데, 정원 안을 걷는 동안 낙엽 밟는 소리와 함께 조용한 물소리가 들려서 도시 속 정원이 아니라 마치 산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산책하며 가을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점이 좋았어요.
겐로쿠엔을 나와 히가시차야 거리로 향하면, 전통 목조건물 사이로 단풍이 스며들 듯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조용한 찻집에서 가을 한정 일본 전통 과자와 말차 한 잔을 마시며 천천히 머물다 보면, 도심의 소란은 금세 잊히게 됩니다.
교통 팁: 도쿄역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을 이용하면 약 2시간 30분 소요됩니다. 신칸센 지정석을 미리 예약하면 더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며, JR 패스를 활용하면 교통비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2. 다카야마 – 산속에서 만나는 가을 감성
기후현에 자리한 다카야마는 일본 알프스라 불리는 산악 지대의 작은 도시입니다. 가을이면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고, 고즈넉한 구시가(古市街)에는 전통 목조건물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어, 마치 에도시대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제가 다카야마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아침 시장이었습니다. 시골 주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 수공예품, 가을 제철 과일과 채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군밤 냄새에 이끌려 한 봉지 사서 먹으며 시장 거리를 걷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다카야마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시라카와고(白川郷)도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전통 합장형 초가집 마을이 단풍에 둘러싸인 모습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특히 해질 무렵 언덕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가을 햇살과 단풍이 어우러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줍니다.
교통 팁: 도쿄에서 다카야마까지는 신칸센(나고야 경유)과 특급열차를 이용해 약 4시간 30분 소요됩니다. 나고야에서 출발하면 약 2시간 30분이며, 시라카와고는 다카야마 버스터미널에서 직행 버스로 50분 정도 걸립니다.
3. 구사쓰 – 온천과 단풍의 환상 조합
군마현 구사쓰는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 마을 중 하나로, 가을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소도시입니다. 특히 마을 중심에 있는 유바타케(湯畑)는 온천수에서 피어나는 증기와 단풍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낮에는 유카타 차림으로 마을을 산책하며 노천탕에 들르기도 하고, 밤에는 조명 아래서 온천수의 김과 단풍이 겹쳐져 환상적인 야경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가을밤에 즐기는 온천욕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녹이는’ 경험이었어요.
구사쓰에서는 가을 제철인 버섯, 밤, 산나물을 활용한 계절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제가 묵었던 료칸에서는 저녁 식사로 송이버섯 솥밥이 나왔는데, 그 깊은 향과 고슬고슬한 밥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교통 팁: 도쿄에서 나가노 신칸센을 타고 가루이자와에서 하차한 후, 버스를 이용하면 약 3시간 30분 소요됩니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신주쿠에서 직행으로 약 4시간 걸리며, 예약은 필수입니다.
4. 총평 : 일본 가을, 소도시에서 만나는 진짜 여행
일본의 가을은 북적이는 도시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소도시에서 훨씬 더 깊게 느껴집니다. 전통 거리와 정원, 온천과 산속 마을에서 마주한 그 계절의 향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가나자와, 다카야마, 구사쓰는 각각의 매력이 뚜렷하지만 공통적으로 ‘느림’이 있는 곳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여행보다, 천천히 걷고, 맛보고, 풍경을 바라보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가을에 꼭 한 번 떠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교통만 잘 이해하면, 소도시 여행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 가을, 일본의 깊은 풍경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