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현지인 추천 홋카이도 여행지(비에이언덕마을,조잔케이,시레토코반도,총평)

by sylovehouse0116 2025. 9. 24.
반응형

훗카이도 눈 덮힌 풍경 사진

일본 여행이라고 하면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가을만큼은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북쪽 지방인 홋카이도는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면서도 날씨는 맑고 깨끗해, 단풍과 억새가 어우러진 풍경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런데 많은 여행자들이 삿포로나 후라노, 오타루 같은 유명 관광지에만 머물다 보니, 그 너머의 진짜 매력을 놓치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홋카이도에 몇 년 거주하며 직접 찾았던 장소 중에는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장소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인들도 아끼는 진짜 가을 명소**를 소개하려 합니다. 조용하고,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원하신다면 끝까지 읽어보세요.

1. 비에이 언덕 마을 

비에이는 일본 감성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여름의 꽃밭 풍경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제가 비에이를 다시 찾았던 건 10월 초, 단풍이 막 물들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시키사이노오카에서 조금 벗어난 시골길로 들어서면, **황금빛 밀밭과 붉게 물든 단풍 언덕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조화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가을 비에이 언덕 풍경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오르던 중 들른 작은 카페였습니다. 가게 앞에는 직접 재배한 감자와 옥수수를 팔고 있었고, 아주머니께서 갓 튀긴 감자튀김을 건네주셨는데, 그 소박한 맛이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시골 특유의 정취와 환대는, 관광지가 아닌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죠.

저녁 무렵, 언덕 꼭대기에 올라 석양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바람도 잔잔했고, 언덕 아래 들판에서 부는 풀냄새와 함께, 하루의 끝이 아주 고요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순간은 사진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더라고요.

2. 조잔케이

삿포로 도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혹은 직행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조잔케이 온천 마을**은 가을이 되면 완전히 다른 색을 입습니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이곳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마치 엽서 속 한 장면처럼 붉고 노란 나뭇잎들이 계곡을 감싸 안죠.

조잔케이 온천과 가을 단풍

특히 제가 추천하는 코스는, 산책로를 따라 다리를 건너고, 가볍게 하이킹을 즐긴 후 노천탕에 들어가는 루트입니다. 하루 종일 걷느라 약간 피곤해질 때쯤, 탁 트인 야외 온천에 몸을 담그면 정말 세상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듭니다.

실제로 제가 갔던 날에는, 저녁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고, 강 건너편 산등성이의 단풍이 반짝이는 물 위에 비쳐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거기서 마시는 캔맥주 한 잔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을의 맛이 될 겁니다.

매년 가을이면 조잔케이에서는 **단풍 축제**도 열립니다. 지역 상점들이 특산물을 내놓고, 거리 공연도 펼쳐져 마을 전체가 작은 축제장처럼 변하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지 않아 더 조용하고,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도 이곳의 큰 장점입니다.

3. 시레토코 반도 

홋카이도의 동쪽 끝, 시레토코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이지만 접근성이 까다로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건너뜁니다. 하지만 제가 가을에 다녀본 시레토코는, **일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생생한 자연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시레토코 단풍 하이킹 코스

‘시레토코 오호’라고 불리는 5개의 호수를 도는 산책로는 꼭 한 번 걸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나무 데크 위를 걸으며 호수에 비친 산과 하늘, 그리고 붉게 타오른 단풍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곳이 일본이라는 사실이 잊힐 정도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사슴을 가까이서 본 적도 있고, 곰이 근처에 나타났다는 방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 지역은 인위적인 개발보다 자연보호가 우선되어 있어서,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생태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시레토코는 ‘진짜 가을’이 아직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해요. 자연 속에서 조용히 걷고,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싶은 분들께는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4.  총평

가을 여행은 누군가에겐 색의 계절이고, 누군가에겐 사색의 계절일지도 모릅니다. 홋카이도는 그 모든 감정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땅이에요.

대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한 언덕길과 따뜻한 온천, 그리고 말없이 반겨주는 숲과 호수를 만나보세요. 저는 이번 가을에도 아마 다시 조잔케이에 들르고,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서, 느리게 걷고, 천천히 숨을 쉬고 올 생각입니다.

지도를 보지 않고도 길을 찾는 여행, 그게 진짜 가을 홋카이도입니다.

반응형